무신사 스탠다드가 5월 28일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합니다.
무신사 하면 다양한 키워드가 함께 따라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편집샵, 대한민국 10번째 유니콘 기업, 배우 유아인으로 대표되는 '다 무신사랑 해' 캠페인, 패션 분야 블랙 프라이데이의 선두주자 등... 최근에는 패션 플랫폼 기업인 스타일쉐어와 29cm를 3,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사업 확장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무신사가 이번에는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까지 오픈한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 오픈 소식이 기대되네요.
신발 사진 올리는 커뮤니티에서부터 연 매출 3300억의 초거대 브랜드까지
무신사는 2001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조만호 대표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의 줄임말인 '무신사'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신발 매니아였던 조만호 대표가 공유하던 희귀 신발 사진 등의 정보를 공유하던 커뮤니티에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했고, 2005년 '무신사' 사이트가 리뉴얼되면서 회원 수는 15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09년, 무신사는 무신사스토어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편집숍으로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무신사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2011년에는 입점 브랜드 100개 돌파, 2013년에는 연간 총 거래액 100억 원 돌파, 2015년에는 연간 총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2019년에는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기업 비상장 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 안에 있는 다양한 브랜드
무신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브랜드인만큼 무신사는 각종 콘텐츠를 통해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무신사의 공식 홈페이지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구글에 '무신사'를 검색해서 나오는 대표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무신사 매거진이 전면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신사 스토어에 접속하려면 '무신사 스토어'를 검색하거나 무신사 매거진 우측 상단에 있는 스토어 탭에 들어가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죠.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뉴스, 매거진, 룩북, 그리고 최근에는 무신사 TV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까지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콘텐츠들은 항상 입점 브랜드의 아이템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인데요. 브랜드의 실질적인 운영을 돕는 동반성장 전략을 철학으로 하는 무신사는 단순히 많은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노출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콘텐츠 안에 제품을 소개하고 이를 재생산하면서 브랜드를 함께 키워 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커버낫, 인사일런스, 마크 곤잘레스 등 무신사에 입점하면서 급성장한 국내 도메스틱 브랜드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18년에는 오피스, 창고, 촬영 스튜디오, 메이크업룸 등의 인프라를 한 공간에 제공하는 공유오피스인 무신사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소규모 패션 브랜드들의 성장에 직접적인 방식으로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많은 플랫폼 기업에게서 들리는 이른바 '수수료 갑질' 논란에서 무신사도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입점 브랜드와 상생하려는 무신사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상생과 협업의 공간, 무신사 테라스
2019년 홍대에 오픈한 무신사 테라스는 단순히 무신사의 상품을 진열하는 쇼룸의 역할이 아닙니다. 최근 커머스 시장의 메타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상대적으로 효용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무신사는 반대로 온라인에서의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무신사 테라스는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고, 소비자들이 공간 자체를 즐기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건물에 카페와 테라스를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이는데, 방문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자신들의 공간을 느끼고 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신사 테라스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협업입니다. 무신사 테라스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공간 안에 전시와 공연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쇼룸에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들과 협업한 특별 상품이나 행사 연계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단순한 행사 대관이 아니라 협업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신사 테라스의 다양한 행사들 또한 무신사가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여 행사 주체와 함께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무신사 테라스에 방문해서 '힙'한 행사들을 구경하고,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을 구매하며, 커피와 함께 루프탑의 뷰를 즐깁니다. 이 모든 경험을 하고 건물을 빠져나가는 고객들의 머릿속에 무신사는 이미 힙한 브랜드가 되어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까지 '다 무신사랑 해'
2020년 하반기 무신사의 '다 무신사랑 해' 광고는 말 그대로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캠페인 론칭 후 10월 무신사의 MAU(Monthly Active Users)는 345만 명으로, 2019년 대비 59%가 증가했습니다. 이 캠페인의 성공은 무신사 스탠다드로 이어졌습니다. '다 무신사랑 해' 광고 캠페인부터 무신사는 노골적으로 무신사 스탠다드, 이른바 '무탠다드' 상품들을 밀어주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매출과 판매 순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당장 무신사 스토어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카테고리의 최고 인기 제품은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입니다. 그리고 2020년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은 약 1,10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무려 76%가 증가하게 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가 오랜 기간 쌓은 패션 노하우를 활용해서 론칭한 SPA 라인입니다. 일찌감치 유니클로와 SPAO 등을 경쟁 업체로 상정하면서 '위클리웨어'라는 무신사의 자회사를 통해 무신사 스토어와 별도의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었죠. 무신사 스탠다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베이직한 라인의 아이템과 무난한 품질, 저렴한 가격입니다. 특히 가격에 있어서는 다른 브랜드를 압도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28일 오픈 예정인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도 무신사 스탠다드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이는데요. 기존 21일 오픈에서 급하게 28일로 오픈 일정을 변경할 만큼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최근 무신사가 엄청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마냥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CS 문제로 인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에서는 경쟁 업체 대비 눈에 띄게 평점이 낮은 상황이고, 최근에는 현대카드와 진행한 '물물교환' 이벤트의 포스터의 그림 때문에 페미니즘 논란이 일기도 했죠. 그리고 일각에서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장이 무신사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입점 브랜드들과의 동반 성장 전략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무신사 스토어에 신규 가입해서 무신사 스탠다드를 구입한 고객 10명 중 7명이 오히려 입점 브랜드 제품을 추가구매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무신사 스탠다드가 본격적으로 별도의 브랜드로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면 이 부분 또한 어떻게 변화할지 모릅니다.
과연 무신사는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까요?
무신사 스탠다드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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